UE5, 성능 손실 없이 더 많은 디테일을.
그리고 완전한 동적 라이팅을 향해.

 UE4 후기에서 DX11(SM5)은 Compute Shader로 고정된 파이프라인의 틀을 느슨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Tessellation은 더 많은 기하 디테일을 가능하게 했지만 성능, 크랙, 편차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UE5는 DX12 시대의 조건에서 "성능 손실 없이 더 많은 디테일을, 그리고 완전한 동적 라이팅을" 이라는 도전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핵심은 구조 변화입니다. DX12는 GPU 작업을 드라이버가 자동 최적화해주던 시대에서 엔진이 명시적으로 자원을 배치하고 스케줄링하는 시대로 전환시켰습니다. 그렇게 Nanite와 Lumen은 이 전환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그 결과, 렌더링 파이프라인의 고정된 경계가 이전보다 훨씬 약해질 수 있었습니다.

UE4에서 남은 숙제: 디테일과 라이팅

 UE4 후기의 DX11(SM5)은 Compute Shader를 통해 고정 파이프라인 외 연산 모델을 제공했고, Tessellation은 기하 디테일을 실시간으로 늘릴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축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지 기본값은 아니었습니다. Tessellation은 성능 비용이 컸고, 크랙과 균열 문제와 하드웨어 편차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동적 라이팅은 여전히 제작 파이프라인에서 타협이 요구되는 영역이었습니다.

 

UE5는 이 숙제를 DX12 시대의 운영방식 위에서 다시 설계하였습니다.

 

 많은 최적화가 드라이버 레이어에서 흡수되었던 DX11과는 달리 DX12에서는 자원 상태 전이(배리어), 파이프라인 상태(PSO), 리소스 바인딩 같은 비용을 엔진이 더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변화는 기능 하나의 추가라기보다는 렌더러 설계가 CPU와 GPU의 협업(Scheduling, Batch, Caching)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여기에 SM6의 Wave Intrinsics는 같은 웨이브(실행 그룹) 안의 lane들이 데이터를 교환 / 집계하는 연산을 가능하게 해 컬링이나 희소 데이터 패킹 같은 알고리즘에서 유리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UE5의 바로 이런 Compute 중심, 데이터 지향 설계가 전제된 시대에 맞춰 Nanite와 Lumen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Nanite: 기하 디테일 문제를 바꾸다.

Epic Games, 나나이트 가상화된 지오메트리에서 발췌

 

 에픽게임즈는 Nanite를 가상화된 기하(Virtualized Geometry) 시스템으로 정의했습니다. 내부 메시 포맷과 렌더링 기술을 사용해 픽셀 스케일 디테일과 높은 오브젝트 수를 목표로 하며 화면에 보이는 디테일만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포맷은 고압축일뿐더러 세밀한 단위의 스트리밍과 자동 LOD까지 지원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UE4의 Tessellation이 표면을 더 쪼개는 증분적 디테일이었다면 Nanite는 디테일을 가진 원본을 받아들이되 런타임에서 가시성과 스트리밍으로 비용을 제어한다는 운영적 디테일로 축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즉, UE5는 디테일을 늘리는 기술을 셰이더 단계의 기교가 아니라 데이터 포맷과 스트리밍, 그리고 컬링 파이프라인 전체의 문제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Nanite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삼각형을 더 그리는 법이 아닙니다. 삼각형이 너무 많아진 시대에 "그것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법입니다. 즉, 내부 포맷으로 잘게 쪼개진 기하 데이터를 필요한 순간에만 스트리밍하고, 화면에 기여하지 않는 단위를 대규모로 컬링하며, 그 결과를 GPU 중심으로 빠르게 누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리소스 상태 전이나 바인딩, 파이프라인 상태 같은 비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엔진이 명시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Nanite는 DX11처럼 드라이버 최적화에 기대기보다는 DX12의 명시적 모델 위에서 스케줄링, 배치, 캐싱을 엔진이 직접 설계하는 방향을 전제로 하게 됩니다. 또한 SM6의 웨이브 단위 협업은 이런 대규모 컬링과 패킹 과정에서 같은 실행 그룹 내부의 데이터 집계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DX12(SM6)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됩니다. 왜냐하면 Nanite는 얼마나 많은 삼각형을 그릴 수 있는지를 넘어, 보이는 클러스터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GPU 주도 파이프라인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Lumen: Bake 대신 Realtime을 기본값으로

Epic Games, 루멘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및 리플렉션에서 발췌

 

 에픽 문서를 보게되면 Lumen은 디퓨즈 간접광을 해결하며, 표면에서 반사된 색이 주변에 번지는 컬러 블리딩과 메시가 간접광을 가려 생기는 간접 그림자까지 포함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반사(Reflections)까지 포함해 "동적 GI + 동적 반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룬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Lumen의 핵심은 동적 GI와 동적 반사를 옵션으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 변화(시간, 조명, 오브젝트, 카메라)에 따라 라이팅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둔다는 점입니다. 이때 엔진은 광원, 표면, 가시성 정보를 반복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안정적인 GPU 작업으로 스케줄링 해야 합니다.

 

 DX11처럼 많은 비용이 드라이버 레이어에서 흡수되던 모델에서는 이런 지속 갱신이 커질수록 제어가 어렵고, 반대로 DX12에서는 엔진이 배리어와 PSO, 리소스 바인딩을 포함한 실행 흐름을 명시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차원에서 동적 라이팅을 기본값으로 유지하는 운영 방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즉, Lumen은 단지 새로운 조명 기법이 아니라 DX12 시대의 엔진이 운영하는 방식을 전제로 성립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기에 UE5 신규 프로젝트에서는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지만 기존 레거시로 인해 UE4에서 UE5로 변환한 프로젝트에서는 자동으로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의 라이팅 패스를 망가뜨리거나 변경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Lumen은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제작 파이프라인의 기준선을 바꾸는 기능으로 취급됩니다.

 

 UE4에서 동적 광원 수를 늘리는 접근이 CS 기반 컬링 같은 최적화를 요구했다면, UE5는 그 연장선에서 "동적 라이팅 그 자체를 기본값으로 두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끊임없이 고찰하여 시스템차원으로 풀어낸 결과로 Lumen을 선보이게 됩니다.

맺음말

 UE4(DX11 / SM5)는 고정 파이프라인을 깨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LOD는 사람이 설계하고, 라이팅은 베이크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UE5의 Nanite와 Lumen은 이 전제를 흔들었습니다.

  • 기하는 LOD 설계에서 가상화와 가시성 기반 운영으로 이동한다.
  • 라이팅은 베이크된 정답에서 실시간 해답을 기본 목표로 둔다.

 따라서 UE5를 이해하는 핵심은 기능 소개가 아닙니다. DX12(SM6) 시대에 엔진이 GPU를 운영하는 방식이 바뀌어버렸고, Nanite와 Lumen은 그 운영 방식에 맞춰 렌더링을 데이터와 시스템 문제로 재정의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고정된 형식을 넘어 유연함을 추구하며 발전하는 GPU와 언리얼 엔진. 발전에는 끝이 없겠지만,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GPU의 역사 시리즈를 마치겠습니다.


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 기술적 흐름에 공감해 주신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합니다.
아래 중 어디에 해당하시나요? 번호로 댓글만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1. 취준생 / 학생: 엔진 내부 원리를 파헤쳐 압도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
  2. 현업 개발자: UE5 운영에서 최적화 vs 효율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3. 기술 결정권자: 엔진과 GPU 흐름을 읽고 팀의 기술 방향을 정해야 한다.
  4. 그 외 / 관심 독자: 일단 시리즈가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싶다.

특정 주제로 더 깊게 다이브하거나, 실무 적용 관점의 정리가 필요하다면 방명록(또는 이메일)로 편하게 노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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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더링 파이프라인의 파괴적 혁신

 DX11(SM5)의 도입에서 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역시 Compute Shader(CS)의 등장이었습니다. 이전까지의 GPU가 정해진 그래픽스 파이프라인(VS / PS)에 종속되어 있었다면, CS는 GPU에 고정 파이프라인 외 연산 모델을 제공했습니다.

  • Deferred Shading의 고도화 (Tiled/Clustered): UE4는 수천 개 수준의 동적 광원을 다루기 위한 흐름에서 타일 / 클러스터 기반의 라이트 컬링 같은 접근과 함께 CS 활용이 중요한 선택지로 부상했습니다. 화면을 타일 단위로 나누고, 해당 타일에 영향을 주는 광원만 추려내 연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Tiled Deferred Shading이 다수 광원 처리를 위한 대표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 향상을 넘어, 복잡한 실내외 환경에서도 라이팅 설계의 제약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 Niagara와 GPU 시뮬레이션: 기존의 Cascade가 CPU의 연산 능력에 갇혀 수천 개의 파티클도 버거워했다면, UE4 후반부에 Niagara가 확장되면서, 특히 GPU 시뮬레이션 경로에서는 입자를 GPU에서 직접 처리하는 접근이 본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Vector Field 추종이나 입자 간 상호작용 등, 이전보다 복잡한 동작을 실시간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가능해졌습니다.
  • Post-Processing의 재정의: 후처리 영역에서는 PS/CS를 상황에 따라 혼용할 수 있게 되면서, 블러·DoF·시간축 누적(TAA)처럼 연산량이 큰 효과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TAA는 이전 프레임의 정보를 현재 프레임에 투영(Reprojection)하는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며, 계단 현상을 제거하는 동시에 포토리얼리즘의 기반이 되는 부드러운 화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Epic Games, 랜드스케이프 머터리얼의 Tessellation 및 Displacement 에서 발췌

디테일의 혁명과 Nanite를 향한 여정

 DX11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Hardware Tessellation은 메시의 기하학적 복잡도를 GPU가 실시간으로 결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UE4에서 지형(Landscape)과 캐릭터 디테일을 표현하는 핵심 전략이 되었습니다.

  • Displacement Mapping의 실현: 아티스트가 평면적인 노멀 맵(Normal Map)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SM5의 Hull Shader와 Domain Shader를 통해 실제 폴리곤을 쪼개고 솟아오르게 하는 Displacement Mapping이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근거리에서의 돌과 흙의 질감은 눈속임이 아닌 실제 기하학적 굴곡을 가진 입체물로 변모했습니다.
  • 최적화의 딜레마와 유산: 하지만 하드웨어 테셀레이션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과도한 폴리곤 분할은 성능 저하를 일으켰고, 테셀레이션된 메시 간의 균열(Crack)이나 하드웨어 성능 편차는 개발자들에게 끝없는 최적화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시기의 고민인 '어떻게 하면 성능 손실 없이 무한한 폴리곤을 그릴 것인가' 는 훗날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여 수십억 개의 폴리곤을 처리하는 UE5 Nanite의 개념적 초석이 됩니다.

하드웨어 가속과 PBR(Physically Based Rendering)의 정착

 DX11 세대에 이르러 GPU의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이 유의미하게 향상되면서, UE4의 상징인 PBR(물리 기반 렌더링) 파이프라인이 실무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 에너지 보존 원칙의 수치화: 과거에는 아티스트의 직관(속칭 '감')에 의존해 스펙큘러 값을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UE4 후기 파이프라인은 빛이 표면에 닿아 반사되고 흡수되는 물리적 법칙을 Roughness, Metallic, Specular라는 정제된 데이터로 제어하게 했습니다.
  • 표준화된 제작 환경: 하드웨어 가속 덕분에 복잡한 BRDF(Bidirectional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 모델을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어떠한 라이팅 환경에서도 재질이 일관되게 보인다'는 신뢰성을 확보해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는 기술적 제약보다 창의적인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맺음말

 결국 UE4 후기의 역사는 DX11(SM5) 세대의 제약을 엔진 소프트웨어가 어디까지 극대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가를 증명해온 과정이었습니다.

 Compute Shader를 통한 연산의 자유는 그래픽 파이프라인의 고정관념을 깨뜨렸고, 테셀레이션과 PBR의 정착은 실시간 렌더링과 오프라인 렌더링(CGI) 사이의 간극을 획기적으로 좁혀놓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포토리얼리즘’은, 사실 이 시기에 성능 제약을 전제로 한 최적화가 강하게 요구되던 흐름 위에서 성립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늘 새로운 갈증을 불러옵니다. DX11 기반의 하드웨어 테셀레이션은 성능과 디테일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해야 했고, 수천 개의 광원을 처리하려는 시도는 동적 라이팅의 완전한 구현이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DX11 시대의 고민과 유산은 이제 DirectX 12와 Vulkan,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UE5의 나나이트(Nanite)와 루멘(Lumen)으로 계승됩니다. 가상화된 마이크로 폴리곤 렌더링과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의 시대가 열린 지금, 우리가 지나온 이 DX11의 연대기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대 그래픽스 기술의 가장 단단한 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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